개리 마커스는 인지과학자이자 뉴욕대학교 심리학 교수로 활동했던 학자이며, 인공지능과 인간 두뇌 연구 분야에서 널리 알려진 인물입니다. 그는 인간의 사고와 기억, 의사결정을 연구하며 두뇌가 얼마나 불완전하게 작동하는지 꾸준히 분석했습니다. 저서 『클루지』는 인간의 뇌가 정교하게 설계된 완벽한 시스템이 아니라, 진화의 과정에서 임시방편으로 이어 붙여진 구조임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책은 우리가 왜 자주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기억에 오류를 남기며, 감정에 쉽게 흔들리는지를 뇌과학과 진화의 관점에서 설명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제 삶 속 경험과 연결되는 부분이 많아 깊은 공감을 했습니다.
1. 진화와 클루지의 개념
마커스는 인간의 뇌를 ‘누더기처럼 덧붙여진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화는 최적의 설계를 목표로 한 것이 아니라, 생존에 필요한 기능을 그때그때 붙여온 과정이었습니다. 그래서 효율적이지 못한 부분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고 했습니다.
이 부분을 읽으며 저는 제 일상에서 느끼는 갈등이 떠올랐습니다. 건강을 위해 저녁 운동을 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퇴근 후 집에 들어오면 당장 편하게 앉아 스마트폰을 보거나 TV를 켜는 선택을 하곤 합니다. 머리로는 장기적으로 건강이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는데, 몸은 눈앞의 편안함이라는 작은 보상에 끌리는 겁니다. 이 모습이야말로 ‘진화적으로 즉각적인 보상에 반응하도록 만들어진 뇌의 습관’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저는 이런 경험을 통해, 뇌가 근본적으로 합리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완벽하게 계획대로 살겠다고 다그치는 대신, 눈앞의 보상 욕구를 줄이는 작은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인 접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기억의 불완전성과 진화적 배경
마커스는 또 인간의 기억이 완벽하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컴퓨터의 하드디스크처럼 그대로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상황과 감정에 따라 달라지고, 시간이 지나면 왜곡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단기 기억은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이 제한적이고, 장기 기억도 언제든 망각이나 재구성이 일어납니다.
저도 최근 업무에서 이런 경험을 자주 했습니다. 회의 자리에서 중요한 이야기를 분명히 들었는데, 며칠 뒤에는 기억이 흐릿해지고 세부적인 내용이 뒤섞여 버립니다. 어떤 경우에는 “이건 A가 말한 거야”라고 확신했는데, 실제로는 전혀 다른 동료가 말한 내용이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내가 건망증이 심한가 보다’라고만 생각했을 텐데, 『클루지』를 읽고 나니 제 뇌가 원래 그렇게 작동하는 것일 수 있겠다는 점을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중요한 내용은 반드시 메모로 기록하고, 메일이나 자료로 다시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의지력 문제로만 치부하지 않고, 뇌의 한계를 인정한 뒤 보완책을 마련하니 오히려 업무 효율이 더 좋아졌습니다. 마커스의 설명이 제 삶 속 습관을 바꾸는 계기가 된 셈입니다.
3. 직관의 함정, 비합리적 선택
마커스는 인간이 합리적인 계산보다는 감정과 직관에 크게 의존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원시 시대에는 빠른 생존 반응을 위해 필요했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오히려 실수를 낳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역시 충동적인 소비나 불필요한 감정 반응을 경험한 적이 많습니다. 최근에도 꼭 필요하지 않은 전자기기를 ‘지금 사지 않으면 손해 본다’는 생각 때문에 구입했는데, 며칠 지나지 않아 후회했습니다. 감정이 제 이성을 압도한 결과였습니다. 또 인간관계에서도 순간적인 감정에 휘둘린 적이 있습니다. 동료가 한 말에 기분이 상해 즉각적으로 반응했는데, 나중에 보니 그 말에는 큰 의미가 없었던 경우였습니다. 순간적인 감정이 제 판단을 흐린 것이죠.
『클루지』를 읽으면서 깨달은 것은, 이런 실수들이 단순히 저만의 약점이 아니라 인간 뇌의 보편적 특성이라는 점입니다. 뇌가 감정적 반응을 빠르게 하도록 진화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니, 제 행동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습니다.
4. 느낀 점
30대 후반의 나이에 이 책을 읽으니, 단순한 뇌과학 지식이 아니라 지금 제 삶에 직접 적용할 수 있는 메시지로 다가왔습니다. 회사 업무, 가정생활, 건강 관리, 재정적 선택 등 크고 작은 결정이 쌓여 인생을 만드는 나이에, 『클루지』는 저 자신을 돌아보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는 책을 통해 “인간의 뇌는 애초에 완벽하지 않다”라는 사실을 깊이 받아들였습니다. 그래서 스스로를 다그치기보다, 뇌의 한계를 인정하고 관리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이후로는 중요한 일정을 무조건 기록하고, 충동이 일어날 때는 하루 정도 시간을 두고 결정을 내리려 합니다. 또 눈앞의 작은 즐거움에 끌릴 때는 ‘이건 뇌가 나를 속이는 거야’라고 속으로 말하며 스스로를 제어하려고 합니다.
『클루지』는 단순히 뇌의 한계를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제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다시 생각하게 해준 책이었습니다. 완벽하지 않은 두뇌와 함께 살아가면서도, 그 불완전함을 보완하는 습관을 만들면 더 현명한 삶을 살 수 있다는 확신을 얻게 되었습니다.